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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턴키 기획] 4. 비리와 담합의 온상 턴키제도 개선시급

이 기사는 기술in에 2016년 12월 올라온 기사입니다..

턴키란 열쇠(key)를 돌리면(turn) 모든 설비가 가동되는 상태에서 발주처에 시설을 인도하는 방식의 발주방식이다. 수주사가 설계는 물론 시공, 시운전까지 맡아 진행하는 설계-시공 일괄방식을 말한다.

턴키(설계시공일괄입찰) 제도는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도입되어 엔지니어링 산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입찰제도의 선진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수천억원 대의 사업이 엔지니어의 순수기술력만으로 당락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턴키엔지니어의 위상과 대가는 높았고, 능력있는 엔지니어들이 대거 턴키설계에 참여했다.

이런 턴키전성시대는 2000년대 초반 시공사의 로비력이 강화되면서 무너졌다.
또한, 설계 대비 가격 점수 비중이 ‘90대 10’수준에서 ‘55대 45’수준으로 낮아지면서 더 이상 설계능력이 수주를 담보할 최상의 요소로 작용하지 못했다.

가격이 수주 성패를 가르는 중요 요인으로 전환되고 시공사와 엔지니어링 기업의 상생관계도 갑을관계로 변질되고 말았다.

또한 로비로 시장질서가 붕괴되면서 컨설턴트가 단순 용역으로 전락했고, 높은 대가를 받던 능력있는 엔지니어들은 시공사가 개설한 합사에서 주말도 없이 가족과 건강을 지키지 못하고 시공사의 끝 없는 검토와 지시에 맞추기 위해 턴키 용병까지 투입하며 주당 120시간 이상 노동하는 사이보그 엔지니어가 됐다.

급기야 시공사들은 대 놓고 사다리타기와 제비뽑기 등으로 턴키공사 방식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혈세를 낭비했다. 국내에서 대형 관급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10여개로 한정된 상황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최소화해 ‘나눠 먹자’는 의식이 팽배했다.

최근 정동영 의원(국민의당, 전북 전주시병)은 턴키방식의 건설공사가 약 58조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밝혔다.

턴키 발주로 인한 예산낭비 (자료제공 : 정동영 의원)



정 의원은 “2004년부터 현재까지 발주된 공공 건설공사는 2780건 195조원, 평균 낙찰률 75%, 계약액 146조원인데, 턴키방식을 버리고 전체 사업을 일반입찰에 붙였다면 낙찰률이 70%로 내려가 58조원에 이르는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턴키방식 발주는 경쟁없이 재벌건설사들의 독점과 높은 낙찰률로 계약하기 위한 담합을 유도해 건설사에게 막대한 이익을 주고 시민들의 예산을 낭비한 것이다.

물론 턴키방식에서 낙찰률과 일반입찰제도하에서 낙찰률을 잘못 이해하고 산출된 금액임을 감안해도 담합을 없애면 절감할 수 있는 금액의 폭은 크다할 수 있다.

특히 담합에 의해 업체가 정해진 상태에서 더 이상 기술력의 차이는 필요가 없어졌다. 창의적인 엔지니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턴키설계를 위한 기계부품만 필요한 것일 뿐이었다.

"오늘 하루도 견디느라 수고했어... 내일도 버티고, 모레도 견디고, 계속계속 살아남으라고..." (사진과 대사 출처 : 드라마 미생 Tv N)

턴키에 대해 K엔지니어링 Y차장은 턴키의 악몽을 이렇게 기억한다.

"시공사와 아침10시에 시작된 회의는 점심까지 이어지며, 시공사에서 구조물 계획을 교량으로 검토할 것을 지시한다. 공사비와 타당성 안정성 등을 검토하여 저녁 8시에 회의를 시작한다. 회의결과 시공사는 구조물계획을 다시 토공으로 변경한다."
 
"그때 합사에는 이미 소문이 돈다. 이번입찰에서는 A건설이 낙찰하기로 시공사끼리 결정 했다는 이야기가 돈다. 그래도 다음날 10시까지 결과를 보고 해야한다. 보고후 결국에는 토공과 박스구조물을 조합한 구조물까지 검토를 시켰다."
 
이어 "시공노하우와 창의적인 부분을 설계에 접목하는 것은 좋으나 고급엔지니어들을 저렇게 이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로비와 담합 그리고 갑의 지시가 아닌 합당한 설계비를 받은 엔지니어가 설계할 때 경쟁력있는 최고의 성과품이 탄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주말에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출근해, 심야택시를 타고 잠든 아이와 아내의 모습을 본다."면서 "잠을 청했으나 머릿속에서는 얼마전 업계를 떠난 동료 소식도 궁금하고 90년대 턴키초기때를 그리워해본다."고 허공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끝냈다.

※ 본지 기자들은 오늘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합사에서 수고하는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사람과 기술이 우대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러분들을 만나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신해 드리겠습니다.

기술IN 신문은 엔지니어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기술형입찰(턴키/대안/기술제안입찰) 제도의 문제점이나 개선책에 대해서 제보를 기다립니다. 아울러 제도개선에 대한 의견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취재 : 정진경, 김철준 기자,  정리 : 조재학 기자 / 기술인  ( webmaster@gisulin.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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