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키와 대안입찰은 사회기반 시설물 건설에 민간의 창의적인 기술을 도입하여 설계기술을 발전시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시행된 제도이다.
지난 199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시행돼 해상교량, 장대터널, 항만 등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시설물들이 이 방식으로 발주됐다. 발주자가 설계를 끝내고 시공을 별도로 발주하는 것이 아니라 시공사가 설계와 시공을 같이하는 형태로서, 시공사끼리 설계 경쟁을 하는 형태이다.
실제 턴키·대안은 설계 경쟁으로서 국내의 경우 시공사의 설계력이 떨어져 시공사가 직접 설계를 하는 것이 아니고, 몇몇 설계사에게 외주를 주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턴키·대안 발주가 고난이도 공정으로 설계능력에 큰 비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심의위원 로비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고 있다. 정부발주 설계 낙찰률은 80% 전후이나, 턴키설계 70%이하로 설계대가가 지불되고 있다. 여기에 심의위원 로비비용 비자금까지 엔지니어링사에서 부담하다보니 실제 거의 반값 이하로 설계가 이뤄진다.
엔지니어링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가 엔지니어링 업계의 발목을 잡는 결과가 된 것이다. 턴키가 공공시설물을 대상으로 하지만 민간계약이라 정부의 엔지니어링 대가 적용이 어렵다. 기타설계에 비해 15~20% 낮은 대가로 설계가 진행된다. 4대강 사업에서 처럼 엔지니어링 업체에 비자금 조성 압박까지 받는다.
낮은 대가임에도 턴키 특성상 짧은 시간안에 결과물을 도출해야만 하는 엔지니어들은 주당 100시간이 넘는 노동강도를 감내해야 하며, 최근 건설 엔지니어링 업계 구조조정으로 인해 야근수당 조차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분위기에 엔지니어들은 저임금, 고강도 근무에 시달리며, 자격과 실력있는 엔지니어들의 이탈이 가속화 되고있다. 대학 졸업 후 합사에 들어가면 꼭 퇴사하는 엔지니어가 발생하고 있다.
거기에 아무리 설계를 잘해도 로비력이 없어 낙선하면, 직접경비도 못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과적으로 낮은 대가와 기술력 보다 로비력을 중시하는 턴키제도로 인해 양질의 엔지니어는 업계를 떠나게 되고, 엔지니어링 업체는 자격이 없는 기술자들을 채용토록 정부에 압력을 가해 학·경력 기술자의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E"엔지니어는 "살인적 근무강도는 결국 '무한경쟁'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설계비가 박해서 적은 인원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는 면도 있지만 설계 외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쓸데 없는 업무도 많다"고 말했다.
중견 설계사 임원인 “F”상무는 “경쟁설계 특성상 실시설계보다 훨씬 많은 업무를 해야하지만 설계비가 박하다보니 회사에서는 적은 인원은 배정해주고 일을 마치라고 한다”면서 “직원들은 힘들다고 징징거리고 회사에서는 채산성 때문에 사람을 안붙여주다보니 합사에서 직원들을 데리고 일을 마쳐야하는 임원들의 업무스트레스는 직원들 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G" 엔지니어는 "건설업계가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유능한 설계엔지니어가 필요한데 합사때문에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설계업계를 떠나고 있다"면서 "합사의 살인적 근무강도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책적 보완도 필요하지만 설계사 스스로 적은 금액으로 수주하는 것을 지양해야한다" 고 강조했다.
한편 '합사관련 기획시리즈가 나가는 동안에 본지로 독자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 11월초에 P 시공사가 운영하는 민자 합사에서 40대초반의 엔지니어가 퇴근 후 집에서 쓰러져서 읍급실로 실려가 중환자실에서 1주일 정도 입원했다가 상태가 호전되어 일반병실로 옮겼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본지의 웹사이트와 SNS는 다양한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합사의 노동강도에 대해서 강도높게 비판하는 내용이며, 쓰러진 엔지니어의 쾌유를 빈다는 내용도 여럿 있다.
다음편 [턴키 기획] 4. 비리와 담합의 온상 턴키제도 개선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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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정진경, 김철준 기자, 정리 : 조재학 기자 / 기술인 ( webmaster@gisulin.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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